겨울 햇살이 머무는 날
겨울 햇살이 머무는 날 詩 / 청하 허석주 저 벌판에 서로를 의지하는 마른 들풀들이 제몸을 부대끼며 하루를 산다 모든 걸 준 후에 낡은 옷 한벌 허름해도 빛이 나는 걸 이제서야 겨울볕에 몸을 쬔다 사랑을 보내고 남는 그리움 잊혀져도 생각나는 건 굴렁쇠처럼 맴돌던 인연이다 날들이 가고 겨울로 바뀌면 모두가 한모양인데 저 잘났다고 우긴 날이 우습다 파란 하늘에 푸르렀던 날이 강물 속 구름이 되어 건져내지 못한 세월만 아프다 겨울 햇살에 온몸을 내놓은 그리움의 기지개가 움추려진 하루를 곱게 펴든다.
2021.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