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재회
詩 / 최승자
하늘과 방 사이로
빗줄기는 슬픔의 악보를 옮긴다
외로이 울고 있는 커피잔
無爲를 마시고 있는 꽃 두 송이
누가 내 머릿속에서 오래 멈춰 있던
현을 고르고 있다
가만히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까
흙 위에 괴는 빗물처럼
다시 네 속으로 스며들 수 있을까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너는 생생히 웃는데
지나간 시간을 나는 증명할 수 없다
네 입맞춤 속에 녹아 있던 모든 것을
다시 만져볼 수 없다
젖은 창 밖으로 비행기 한 대가 기울고 있다
이제 결코 닿을 수 없는 시간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