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햇살이 머무는 날
詩 / 청하 허석주
저 벌판에 서로를 의지하는
마른 들풀들이
제몸을 부대끼며 하루를 산다
모든 걸 준 후에 낡은 옷 한벌
허름해도 빛이 나는 걸
이제서야 겨울볕에 몸을 쬔다
사랑을 보내고 남는 그리움
잊혀져도 생각나는 건
굴렁쇠처럼 맴돌던 인연이다
날들이 가고 겨울로 바뀌면
모두가 한모양인데
저 잘났다고 우긴 날이 우습다
파란 하늘에 푸르렀던 날이
강물 속 구름이 되어
건져내지 못한 세월만 아프다
겨울 햇살에 온몸을 내놓은
그리움의 기지개가
움추려진 하루를 곱게 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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