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혈관도 긴장한다… 환절기 뇌출혈 '주의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는 기온 변화가 크고 혈압이 쉽게 요동친다. 이 시기엔 뇌혈관이 급격히 수축·이완을 반복하면서 뇌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잠시의 찬바람에도 혈관이 터질 수 있어, 평소 건강하던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전영일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기온이 떨어지는 아침 시간대에는 혈압이 급상승하면서 뇌출혈이 많이 발생한다"며 “이 시기에는 혈압 관리가 곧 생명 관리"라고 강조했다.
뇌출혈은 뇌 속 혈관이 터져 혈액이 새어나오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출혈 부위에 따라 '자발성 뇌출혈'과 '지주막하출혈'로 나뉜다.
자발성 뇌출혈은 고혈압이나 노화로 약해진 소혈관이 터져 뇌조직 안에 혈액이 고이는 형태다. 출혈량이 적으면 자연 흡수되기도 하지만, 많으면 즉시 수술로 혈종을 제거하고 출혈 부위를 막아야 한다.
반면 지주막하출혈은 뇌를 감싸는 막 아래쪽에서 일어나며, 대부분 뇌동맥류 파열이 원인이다. 고압의 혈류가 퍼지면서 뇌 전체에 손상을 일으키고 뇌압을 급격히 올려 의식 저하, 혼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출혈이 발생하면 뇌는 두 단계의 손상을 겪는다. 첫째는 혈관이 터지며 주변 조직이 직접 손상되는 '일차 손상', 둘째는 혈액 덩어리와 부종으로 뇌압이 상승해 손상이 확산되는 '이차 손상'이다. 일차 손상은 되돌릴 수 없지만, 뇌압 상승을 조기에 억제하면 이차 손상은 막을 수 있다.
전영일 교수는 "뇌출혈 치료의 핵심은 출혈 자체보다 뇌압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라며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 회복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치료법은 출혈의 양과 위치,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다. 뇌압이 경미하게 상승한 경우 약물치료로 조절할 수 있지만, 출혈이 많거나 의식이 저하된 경우 두개골을 열어 혈종을 제거하는 개두술이 필요하다. 출혈 부위가 명확할 때는 코일색전술 같은 혈관내수술이나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절개와 비절개 치료를 병합해 효과와 안전성을 높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전까지 증상이 거의 없지만, 한 번 터지면 생명을 위협하는 지주막하출혈로 이어진다. MRI나 CT를 이용한 혈관검사(MRA, CTA)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면 파열 전 치료가 가능하다.
전 교수는 "뇌동맥류는 40대 이후 발병률이 증가하므로 정기 검진이 필요하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 더 이른 시기에 검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열되지 않은 동맥류는 크기와 형태, 위치에 따라 치료 여부를 판단한다. 3mm 이하의 작은 동맥류는 주기적 관찰로 충분하지만, 위험성이 높을 경우 코일색전술이나 개두술로 미리 막는다. 코일색전술은 절개가 필요 없고 회복이 빠르지만 재발 위험이 있고, 개두술은 수술 부담이 크지만 재발률이 낮다. 치료 선택 시 '편리함'보다 '안전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자발성 뇌출혈의 주요 원인은 고혈압이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혈압이 상승하므로 환절기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혈압약을 복용 중이라도 정상 범위가 유지되는지 자주 확인해야 하며, 짠 음식과 음주를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혈관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흡연은 혈관을 급격히 수축시켜 뇌출혈 위험을 높이는 만큼 반드시 끊는 것이 좋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뇌혈관도 긴장한다. 뇌출혈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예방은 충분히 가능하다.
전 교수는 "체온이 떨어지는 새벽과 아침에 무리하지 않고, 꾸준한 혈압 관리와 정기 검진을 실천한다면 환절기의 조용한 시한폭탄을 피할 수 있다"며 "뇌출혈의 유일한 해답은 치료가 아닌 예방"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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