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2023. 12. 26. 12:36☆Cactus 메인☆


자화상 / 월정 강대실 어릴 적 나는 허기가 지면 울 밖 넘봤다 열두 가족 구식 위해 여명 앞서 나가신 아버지, 거짓 없는 논밭 귀퉁이 족족 쫓아다니며 땅 벌이 만이 제일 배를 불린 줄 알았다 자라며 나는 도회 셋방 5촉 알등과 맞붙었다 생금밭에서 캐어낸 장학금 토장국 끓으면 날마다 아버지 말씀의 회초리 반추하다 씨암탉이 알 품듯 사도의 길 새겼다 결국 나는 아버지 날벼락에 변놀이꾼 되었다 한몫 거머쥘 욕심 넓은 책상머리에 앉아 진 데 마른 데 온 사람과 별별 고락 나누다 비록 가난하게 살 지라도 세상에 가슴 따스운 사람, 꼿꼿이 서고 싶었다 어느덧, 청청 세월 해질녘 어정거리고 달려온 산굽이 길 돌아보면, 왠지 눈에 아버지 근엄한 자태만 들어온다 올곧게 살시고자 발버둥친 그 모습 눈에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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