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연가 / 박노열
덧없는
세월 속에 너의 모습은
수줍은 듯 사뿐 사뿐 다가와서
내 눈과 내 마음을 데려가누나
바스락거리는 잎새
바람 나부끼면 빈 가지만
남겨 두고 넌 여행을 떠나겠지
숲 속으로 기나긴
샛 노란 단풍
입술을 깨문듯한 선홍의 군락
가지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그 따사로움에 안긴다
파란 하늘 아래로
신기루처럼 왔다 사라지는 뭉게구름
가을 풀섶의 몸짓은 곱기도 하지
익어가는 사랑 만큼
허수이비처럼
빈 들녘을 지켜선 모습
여윈 어깨엔 빨간 고추잠자리
내 마음은 너를 닮아간다
내 마음은 너를 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