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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분홍이 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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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분홍이 번지다




분홍이 든다 배롱나무가 멈칫거리며

빗줄기를 가지에 매달 때

단내 같은 입김이 번진다

 

잎새 사이 뻗어 가는 기로에서

엇갈린 날들, 꽃 송이송이

저 형형한 산소가 한때

내쉬는 호흡의 일부였던 적 있다

 

나는 기압골 깊은 나무 그늘에 앉아 있다

기류하는 손끝이 닿는 흰 뼈,

수피樹皮를 긁으면

화사한 영향으로 물방울 털린다

 

구름의 맨발 사이로

갈맷빛 젖은 잎새들 분홍을 신는다

내 몸 병病 같은 꽃숭어리,

분홍이 있어 꽃 피고 지고

지고 피는 긴 여름의 내륙이다

 

늙은 시간은 쉬이 식물을 잊지 않는다

분홍은 불가촉의 공중으로 스며들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꽃잎과

떨어진 꽃잎 속으로 우리가 떠나온

약속을 마저 살아 줄 것이다

 

더 울울해진 몽환의 끝으로,

아가미 흔적 같은 분홍을,

나뭇가지로 밀어 올리며

장마 전선이 북상하고 있다



 - 이필 -



8월에 핀 진분홍 배롱나무 구경오세요 (백일홍/조경수/정원수/가로수/꽃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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