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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엔
하영순
자박자박 얌전하게 비오는 날엔
우산을 같이 들고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거닐어 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을 얘기해도 흘리지 않고
가슴에 담아줄
심지 깊은 친구
얼마나 아팠니?
용케도 참아 왔구나.
비개인 날에 푸르른 하늘을 보듯
아픔도 슬픔도 강물에 띄어 보내고
찬란한 노을을 보자구나 친구야
미소 지으며
맞장구 춰줄
그런 친구와 한적한 길을 거닐고 싶다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녹슨 자물통
부드럽게 열어줄
이성을 초월한 그런 친구가 그립다
비오는 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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