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의 경고…알코올은 습관 아닌 ‘신경 독소’, 치매 위험 급증
연초가 되면 “한두 잔은 괜찮지 않나”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과거와 달리 최근 의료계의 답은 단호해졌다. 신경과 전문의들이 공통으로 언급하는 기준은 바로 65세다.

◆늘어나는 환자 수, 달라지지 않은 습관
국내 상황을 보면 이 흐름이 낯설지 않다. 16일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늘었다. 2020년 80만명대였던 추정 환자 수는 2022년 90만명을 넘어섰다. 숫자는 계속 위로 움직이고 있다.
음주 습관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다. 여러 국제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결과가 있다. 알코올 섭취량이 많을수록 치매 위험이 함께 높아진다는 점이다.
장기간 과음은 뇌의 특정 부위를 위축시키고,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앞당긴다. 이미 인지 저하가 시작된 경우에는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음주는 현재 ‘조절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분류된다. 고혈압, 흡연, 비만, 운동 부족 같은 요소들과 같은 범주다. 개인이 손을 댈 수 있는 영역이라는 뜻이다.
◆알코올이 남기는 흔적들
최근 미국 연구진은 알코올 사용 장애가 뇌 염증을 증가시키고, 신경 세포 간 신호 전달 체계를 흐트러뜨린다는 점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에서 관찰되는 유전자 경로 변화와 유사한 양상도 함께 나타났다. 술이 단순한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프랑스에서 65세 이전에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절반가량이 알코올 사용 장애 병력을 갖고 있었다.

일부 환자들이 기억의 공백을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채우는 경우도 보고된다. 의도적인 행동은 아니다.
레스탁 박사가 고령기 음주를 특히 경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낙상이다. 70세 이후 낙상은 단순한 사고로 끝나는 경우가 드물다. 골절로 이어지고, 회복 과정은 길어진다. 근력 감소와 균형 감각 저하, 복용 약물 증가 같은 조건 위에 알코올이 더해진다.
새해를 맞아 절주나 금주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다. 오래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다만 고령기에 접어들면 이 문제는 습관이나 의지와는 다른 성격을 띤다.
뇌는 회복이 빠른 기관이 아니다. 손상이 누적될수록 일상의 폭이 좁아진다. 술잔을 내려놓는 선택이 쉽다고 말하긴 어렵다. 대신 그 이후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주변에서 이미 목격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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