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1.
해방 후, 철학과 학생 이명준은 아버지의 친구(변씨) 집에서 신세를 지어 살고 있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이념을 따라 월북)
그는 정치에 관심이 많다. 많은 생각 끝에 남한의 정치는 거짓과 헛됨으로 차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광장에 모이지 않고 각자의 밀실에 숨는, 남한의 현실에 불만을 가진다.
(하지만 그는 광장에 나서서 사람들을 설득할 생각은 없다.)
2.
그러던 와중, 그의 아버지가 북한에서 대남방송을 하는 어느 기관의 선전부장을 맡고 있다는 소식을
경찰들이 알게 되었고 이명준을 경찰서(S서)에 데리고와 고문한다.
(이명준은 이런 소식을 전혀 몰랐다)
모진 폭행 후에, 이명준은 평소 썸을 타고 있었던, 윤애를 찾게 된다.
(변씨의 딸 영미의 추천으로 알게 됨 / 변씨의 아들 태식과 명준은 절친)
명준은 이성 그리고 사랑에 그다지 큰 뜻을 가지지 않았었지만,
힘든 일을 겪고 난 후라 그런지 윤애에게 성적인 관계를 요구하며 들이댄다.
윤애는 그를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았지만, 때로 관계를 거부한다.
명준은 그런 그녀에게 굴욕감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그런건지, 명준은 비밀리에 월북하는 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윤애에게 말도 없이 떠나버린다.
3.
월북한 후 명준은 신문사 편집부에서 일하게 된다. 일하면서 알게 된 점은,
'혁명'의 불꽃을 기대하며 찾아간 북한에는 혁명의 거품만이 있었다는 것.
북한은 직접 혁명을 일으켜서 공산주의가 된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불꽃 따윈 없었고
'당'만 존재할 뿐 개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명준은 크게 실망한다. (아버지에게도 크게 실망)
일하던 와중에 명준은 다치게 되어 입원하고, 은혜를 포함한 공연단 멤버들이 위문을 나온다.
그는 은혜와 사랑에 빠진다. 은혜는 윤애와 달리 육체적 사랑에 거부심이 없었고,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었다.
은혜가 모스크바에서 공연할 기회가 생기자 명준은 북한에서의 유일한 희망인 은혜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가지말라고 말린다. 은혜는 그 제안을 수락하지만, 몇달 후 명준과 싸우다 홧김에 말도 없이 모스크바로 떠난다.
4.
6.25 전쟁이 발발한다. 명준은 S서에서 남한사람들을 고문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한 때 가장 친한 친구였던 태식을 고문관 대 죄수로서 만난다.
태식은 알고 보니 윤애와 결혼하였다고 하고, 명준은 자신이 가지지 못했던 여자를 가졌다는 생각에
태식을 구타하고, 윤애를 범하려 한다.
윤애의 상의를 강제로 벗겼지만, 순간 명준은 양심 상 그녀를 범할 수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 둘을 풀어준다.
5.
명준은 전쟁 중에 자신만의 밀실을 찾았다. 그 곳은 바로 동굴.
간호병으로 활동하는 은혜를 우연찮게 만나게 되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동굴에 은혜를 초대한다.
둘은 종종 그곳에서 만나며 은밀한 만남을 가진다. 은혜는 딸을 임신한다.
그러나 전쟁 중의 폭격으로 인해 은혜는 죽고 만다.
6.
명준은 포로가 된다. 지식인 명준에게 남한과 북한은 서로의 지도층이 되어달라며 부탁하지만,
삶의 의미를 잃은 명준은 중립국행을 택한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에서, 광장이든 밀실이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지난 일에서 벗어나서 살고자 한다.
7.
중립국으로 향하는 배 안. 알 수 없는 그림자들이 자신을 따라다님을 인식한다.
이것은 알고보니 갈매기였다. 선장은 갈매기가 사랑했던 연인이라며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작은 갈매기와 함께 다니는 저 갈매기는 분명
은혜고, 그 작은 아이가 딸이구나, 명준은 깨닫는다.
갈매기의 정체를 깨달은 순간, 그는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을 마구 느끼다가,
갈매기들이 다이빙(?)하는 것을 보다가, 배의 뒤쪽에서 물결이 소용침을 보다가, (극한 우울 증세로 보임)
자신도 결국 바다에 뛰어든다.
더 이상 이명준은 없었다.
<해석>
1. 광장과 밀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광장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그리고 밀실은 그 반대.
남한은 광장은 없고 밀실은 넘쳐나나,
북한은 광장만 있고 밀실은 없음. ('당'만 있고 개개인의 자유는 없음)
개인적으로, 광장은 굳건한 하나의 생각으로 뭉쳐진 곳을 뜻하는 것 같음!
또한 추가적으로, 동굴을 명준의 밀실이자 은혜와 만날 수 있는 광장으로 표현한 것을 보면, 광장과 밀실은 정치적 의미만 내포함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2. 이명준의 중립국 행의 이유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명준은 사회적으로 소외되었을 때마다 사랑으로 치유받으려 함을 알 수 있다.
그 두 번의 사랑은 상대방에 의해 거절당했다. 이 때, 은혜와의 사랑은 다시 동굴에서 이루어지지만, 결국에 폭격으로 인해 실패하므로, 결론적으로 두 번의 사랑은 실패했고 치유 또한 실패했음.
남한과 북한의 이념 둘다가 자신과 맞지 않았고, 사랑 또한 실패했으니 명준에게 더 이상의 광장과 밀실은 없었음.
고로 광장과 밀실 없이 아무개가 될 수 있는 중립국으로 가는 것. (내 생각에, 이는 어쩔 수 없이 내몰린 것과도 같다)
3. 부채와 사북자리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
사북자리는 부채의 꽁지 부분을 뜻함.
책의 마지막 부분 쯤에서, 이명준은 부채를 보면서 인생을 회고한다. 부채의 넓은 부분을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천천히 훑으며, 남한에서 홀로 밀실에 숨어있었던 때부터 ~ 중립국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탄 때까지의 삶을 떠올리고, 현재 이명준이 있는 자리를, 이 밀실을 사북자리라고 비유한다.
개인적으로, 이는 이념/마음/몸의 안식처가 없이 내몰린 자신의 처지를 뜻하는 것 같음.
4. 이명준의 죽음의 의미와 한계
명준은 죽기 전 극한 우울증세를 보였고, 은혜와 딸로 보이는 환영(갈매기)을 보고 마음이 편해지는 듯 해보였다.
극명한 사실은, 이명준은 우울했기에 죽었다는 것.
명준은 마음 맞는 사람과, 작아도 좋으니 자신과 마음 맞는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을 원했다.
그러나 그것은 좌절되었다. 감히 추측해보건대, 더 이상 나설 곳이 없는 명준에게 나타난 연인의 환영이, 광장과 밀실 없는 삶을 살빠에 그들을 따라가는 것이 최선이라며 부추긴 것은 아닐까?
나는 이명준의 죽음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는 정말로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는 상태였다.
이념과 사랑에서의 두 번의 실패. 초긍정의 사람이라면 새로운 이념과 사랑에 도전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연속된 실패는 생각보다 많은 좌절감과 허무감을 주기 때문. 그는 지쳤고, 새롭게 도전할 열정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가 착한/건실한 사람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지만, 그는 그의 최선을 다했다. He did his best.
5. 중립국으로 가지 않았다면 결말은
앞에서 말했듯, 그는 너무 지쳤기에. 그곳이 배가 아니든, 어쨌든 간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 않았을까?
북에도 남에도 정착할 수 없었던 지식인 이명준의 선택은 해상에서의 자살로 귀결되고 이데올로기가 개인의 생명을 비참하게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케 되고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평등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인간의 생명과 삶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하기에....